WORK/Illust
ⓒ 햄구님 커미션
둘의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있었던 장면입니다. 선생님의 심부름에 시안은 카즈야를 끌어들였어요. 혼자 하는 건 좀 외롭잖아요? 카즈야는 귀찮은 듯 굴었지만, 결국은 함께 해줬답니다. 시안이의 연약한 팔로 짐을 다 들기엔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.
심부름을 하는 동안 둘은 대화를 나눴어요. 일방적으로 시안이 조잘거리고 카즈야가 듣는 형태지만요. 그래서 시안이 "이번엔 네가 이야기 해봐!" 라고 말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어요. 카즈야는 조금 고민하다가 야구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. 애초에 그의 일상은 전부 야구로 채워져 있어서 야구 말고는 꺼낼 주제가 없었어요.
며칠 전 야구부에서 있었던 웃긴 일화를 얘기해줬어요. 그러자 시안이 웃었습니다. 적당히 따스한 햇살과 약간의 바람, 그리고 환하게 웃는 시안이 어우러졌습니다. 그 모습에 카즈야는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어요. 이 뻔한 장면에, 이런 뻔한 기분이 들다니. 드라마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자신에게도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.
카즈야의 마음 자각은 빨랐습니다. 뱃속에 나비가 날아디는 듯 간지럽고, 가슴이 아프고,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지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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